법정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가 오히려 저신용자들을 불법사채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와 경제 상황 악화로 서민의 대출 접근성이 저하되고 있어 최고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18년 이후 대출 접근성 저하 현상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발표한 '법정 최고금리 제도 변화와 추후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2018년 이전까지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이자부담 경감 효과가 컸지만,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신용원가 증가로 대부업 및 저축은행 대출에 대한 서민의 접근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당시 연 66%에서 시작해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현재 연 20% 수준이다. 2018년 이전까지는 대부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경감 효과가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대출 공급 축소
이 연구위원은 "현재 대부업체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연 7~8%에 달하고, 여기에 운영비와 연체율을 고려하면 연 20%로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민금융진흥원 데이터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20% 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금액은 2021년 51.6조원에서 2023년 31.8조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주로 대부업(2021년 7.6조원→2023년 0.8조원)과 저축은행업권(2021년 18.6조원→2023년 9.7조원)의 대출 축소에 기인했다.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 경고
이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대출에 대한 접근이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에 대한 대출 공급 축소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층의 대출 접근성을 크게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스럽게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1980년 및 1997년과 같이 경제상황에 따른 최고금리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 직접대출 시스템 구축해야"
한국 TI 인권시민연대 불법사채대응센터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법정금리 인하는 전체 국민을 위해 환영하지만,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불법사채대응센터 관계자는 "대부업을 서민금융의 보루로 생각하는 시각 자체가 정책 실패"라며 "현재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신용대출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까지 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저신용자 시장을 직접 책임지는 것"이라며 "현재의 불법사금융예방대출 같은 보증서 대출 방식으로는 금융기관만 배불리고 부실 위험은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유럽 사례처럼 정부 개입 필요
관계자는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실제로 정부가 저신용자 시장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며 "시장 실패가 명확한 영역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직접대출 방식으로 저신용자 시장에 진입하되, 신용리스크에 맞는 현실적인 금리를 적용하고, 채무조정 시 국세와 같은 우선권을 부여해 재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15%까지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저신용자들의 자금 조달 통로가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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