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전북 전주의 한 펜션에서 30대 여성이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6살 딸을 홀로 키우던 싱글맘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 앞에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끝없는 협박이 있었다. 연이율 수천 %에 달하는 살인적 금리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딸에게 남긴 유서에는 엄마의 간절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너로 인해 웃고 울었던, 그리고 사람이 됐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보는 얼굴이, 그리고 너의 목소리가 모든 게 대못처럼 박힌다" .
딸을 사랑했기에, 딸 때문에 살았기에, 역설적이게도 딸을 향한 협박이 그녀를 더욱 무너뜨렸다.
유치원까지 찾아온 악마들
사채업자들은 천문학적인 이자를 요구하면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쉴 새 없이 연락을 하고 메시지나 전화를 했다 ZUM. 그들의 협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위협했고, 심지어는 딸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까지 전화를 해서 피해자를 만나야 되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그 아이를 향한 위협. 그것은 단순한 빚 독촉을 넘어선 인간성 말살이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까지 찾아가겠다는 협박 앞에서, 한 엄마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 지옥
더 참담한 것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이 사채업자들이 연락을 해서 독촉을 하거나 협박을 했다 .
그들은 고인을 향해 "잘 죽었다"고 말했고, "피해자 곁으로 식구들을 다 보내주겠다"는 협박도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 죽음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추심.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6살 딸은 이제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한다. 엄마가 왜 떠났는지, 무엇이 엄마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할 나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 아이가 알게 될 것이다. 엄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잔인한 세상이 엄마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그녀만이 아니다 - 확산되는 불법추심의 공포
이 싱글맘의 비극은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22살 청년 A씨는 생활비 150만원을 빌렸다가 3개월 만에 빚이 1억원으로 불어났다. 원금은 2000만원이었고, 이자만 8000만원이 넘었다. "차용증을 읽는 내 영상을 지인들에게 퍼트리겠다고 사채업자들이 협박해 매일 밤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그는 증언했다.
불법 온라인 대부업체 60여곳의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경찰서를 찾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전부 다 잡을 순 없으니 꼭 잡고 싶은 곳 2곳만 추려야 한다" . 지인들의 도움으로 빚을 갚고 신고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협박을 일삼은 사채업자를 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가족도, 직장도, 아이의 유치원도 안전하지 않다
금융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추심 피해자의 78.9%가 불법추심을 경험했으며, 그중 72.2%가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당했다.
불법추심 이후 생활의 변화는 참담했다. "전화받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응답이 78.9%, "가족을 보기 불편해졌다"는 응답이 71.1%에 달했다.
어떤 이들은 연이율 1만507%로 돈을 빌려주고 나체사진을 성인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당했고, 어떤 이들은 연이율 4500%로 원금의 여러 배에 달하는 이자를 뜯겼다.
무너지는 법의 보호망
더 큰 문제는 불법추심 범죄가 폭증하는데 검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대부업법 위반은 672건에서 1350건으로, 채권추심법 위반은 382건에서 908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검거율은 대부업법 위반이 77.8%에서 63.4%로, 채권추심법 위반이 68.6%에서 52.3%로 급감했다.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올해 1∼10월 기준 2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65건 대비 58% 증가했다.
경찰은 "사채업자들이 대포폰으로 연락하고, 대포통장으로만 거래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지만, 피해자들에게는 그것이 위안이 될 수 없다. 유치원생인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여성이 연 3000%의 고리 불법 추심을 당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해당 사채업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그녀를 기억하는 방법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채권추심을 뿌리 뽑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도 '불법사금융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특별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7년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변제 요구하는 것도 당연히 불법이나, 그간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추심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 고 인정했다.
엄마의 이름으로
"너로 인해 웃고 울었던, 그리고 사람이 됐다"고 유서에 쓴 그 엄마. 딸을 마지막까지 생각하며 세상을 떠난 그 여성.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서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 한 엄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목숨마저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
6살 딸은 이제 엄마 없이 자라날 것이다. 엄마가 마지막 순간까지 생각했던 그 아이가, 이 잔인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을까. 그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녀를 기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불법추심에 대한 강력한 처벌, 피해자를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그녀에게, 그리고 6살 딸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일 것이다.
[추모의 말을 전하며]
당신의 마지막 생각이 딸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없지만, 당신이 좋은 엄마였다는 것은 압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그리고 남겨진 아이를 이 사회가 지켜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겠습니다.

김태우씀
사채인권범죄 전문뉴스- 사채해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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